묵상

306편 자존심 싸움

사람들이 그녀를 들쳐 업고 제게 달려왔을 때, 그녀는 이미 거지반 죽어 있었습니다. 산모는 몇 주 전부터 앓아 누웠는데 그 부족의 민간요법을 써도 차도가 없자 백인 의사를 찾아 왔다는 것입니다.

“태아의 맥박이 뛰질 않아요! 그거 알고 있어요?”
통역을 시켜 물었습니다.
“맥박이 안 뛴 지 얼마나 됐어요?”
“이틀이요.”

그녀는 뱃속에서 죽은 태아로 인한 독혈증으로 생명이 위태로웠습니다. 뱃속의 아기를 속히 끄집어내는 것만이 최선이었습니다.
그때 한 남자가 “노우”라고 말하며 산모를 데려 가려고 했습니다.

저는 수술해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했지만 사내는 이미 산모를 끌어내기 시작했습니다. 사내는 산모의 남편이었고, 자신의 아내를 다시 마을의 주술사에게 데려가기로 결정했습니다.

그 순간 제가 얼마나 분통이 터졌는지 묘사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.
나는 그 사내에게, 그가 얼마나 끔찍한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,
아내의 생명을 담보로 자신의 자존심을 내세우는 그 짓이 얼마나
이기적인 행위인지를 말해 주고 싶었습니다.

그러나 제가 할 수 있는 길은 없었습니다.
‘그 사내는 머지않아 통곡하리라. 그리고 말하리라.
백인 의사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, 그런데도 그 먼 곳까지 여행하느라 자신의 아내가 죽었다고. 그리고는 다시 자기 방식대로 아무 일 없다는 듯 계속 살아가리라.’ 저는 그 사내를 생각하며 씁쓸한 상념에 빠져 들었습니다.

그날 저는, 우리가 하나님의 간곡한 말씀에 귀기울이지 않을 때
그분께서 느끼시는 심정이 어떠하리라는 것을 조금이나마
깨닫게 되었습니다.

-「작은 소리 주님의 음성 큰 울림」/ 맥스 루케이도